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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이른 아침, 앞집 켄 할아버지는 일찍부터 가라지 세일에서 팔 물건들을 진열 하시느라 분주하셨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는 마더스데이 전날,  '가라지 세일'행사를 매년마다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가정에게는 늘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상관없는 일이 되버렸고, 당연히 이웃과는 그런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달전 쯤, 마을 부녀회장쯤 되는 쏘냐 아주머니가 종이 한장을 들고 내집까지 방문 하셨다.   이번 오월에 있을 '가라지 세일'에 대한 소식지였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섬기고 있는 위니펙 순복음 교회에서 캄보디아로 선교 후원하는 것이 생각났다.   그곳에서 어려움에 처해져 있는 아이들을 도우며 사역하시는 이 용석 목사님을 응원하고자 본 교회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한 교회 선교팀에서도 바쁜 이민생활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늘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을 보태고 싶어했었다.   가라지 세일에 내 놓을 물건은 없었지만, 음식판매는 어떨까 싶어서 아주머니께 여쭈었다.   그것도 괜찮다고 하셨다.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하겠다고 하면 도와 주겠다고 했다.나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야채 부침개를 하기로 결정하고, 회비를 내고 신청을 해 버렸다.

 

그런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가라지 세일 당일이 된것이다.   하나님은 예년보다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셨다.   나도 이제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야했다.   금요예배 가기전에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다시한번 체크해 보았다.   완벽해 보였다.^^   이제, 아이들이 받아오는 주문에 따라서 나는 음식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좀 바빠지면 남편이 와서 날 도와주면 될 일 이었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기분좋~게 밀가루 반죽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내 생각은 그때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남편은 일이 생겨서 바쁘다고 했다.   큰 아이마저 도와 주겠다던 약속을 지킬수가 없다고 했다.   함께 있어 주기로 한 친구들이 올 수가 없게 되었으니, 혼자서는 테이블을 지키고 있기가 싫어 졌다는 것이다.   막내까지도 전날 친구들과 슬립오버를 하고나서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둘째 역시 위니펙에서 뮤직 페스티발에 참석중이었는데, 오후 늦게나 집으로 올 수 있다고 전해왔다. ㅠㅠ

 

갑자기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화도 나고 자신도 없어지면서 망설여 졌다.   안될것 같으니 그만 두라는 가족들 말에 순간 갈피를 못 잡으면서 속도 많이 상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계속해서 짜증을 내고 있을수는 없는 일이었다.   또한 이런 마음을 하나님께 올려 드린다 한들, 주님이 기뻐 하시지 않는것이 분명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편과 아이는 도와줄 수 없는 마음을 접고 각자의 일로 돌아서고 있었다.ㅠㅠ   하지만 내 마음속 한쪽에서는 이런 작은일도 하지 못하면서 무슨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여기저기 벌려놓은 음식 재료들과 어느새 더 많아진 길거리의 사람들을 바라 보면서,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답답해져 왔다.   그 순간, 나는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럴땐 주님이 뭐라 하실까 생각하니, 화도 누그러지고, 짜증도 가라앉았다.   그러면서 떠오른 말씀 하나가 있었다.   "... 하나님을 사랑하는자... 모든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뤄 가시는 하나님... .   저 혼자라도 주님 함께 해 주시면 전 괜찮아요.   도와 주세요."

 

하나님께 답답한 마음을 전해 드리고나니 내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나의 손과 발은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앞집 할아버지 처럼 가라지 도어를 열고, 테이블과 각종 재료들 그리고 기구들을 주방에서 가라지로 모두 옮겨서 진열을 했다.   보고만 있던 남편도 나를 도와 무거운 짐들을 옮겨 주었다.   그러나 남편은 일 때문에 사무실로 가야만 했다.   큰 아이는 마지못해 의자등을 옮겨 주더니,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투덜대면서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침 9시, 집집마다 사람들과 차들로 더욱 분볐다.    그 사이에 나만 혼자서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이쪽을 힐끔 쳐다볼뿐,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왠일인지 나는 괜찮았다.   날씨는 약한 바람을 타고 조금 쌀쌀했지만, 괜찮다고 하며 나를 어루만져 주는 손길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넘게 부침개를 천천히 부치고 있었다.   다 된 부침개는 보온 쿠커에 넣어 두었다.   그때 큰아이가 다시 나와서 속상해하며 내게 말을했다.   아무도 사지 않을것을 왜 자꾸 만들어 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이다.   이제라도 그만두고 들어 가자고 말을하면서 사람들이 안 사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내게 물었다.   나는 사람들이 곧 올거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멀리있는 이웃도 도와 주는데,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먼저 나누어 먹으면 더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또 한가지, 한국 음식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 붙혔다.   그랬더니, 한국 사람들만 좋아하지 여기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어떻게 좋아 하겠느냐고 하면서 문을닫고 다시 휙 들어가 버렸다.   순간 눈물이 날것 같았다.

 

사업을 시작하고 한참 바쁠때,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던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던 지난 일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기 보다는 부모의 입장을 이해 못한다고 다그치기만 했던, 지난 시간들이 아픔이 되어 내 마음을 시리게 했다.   나 또한, 그 시절에 부모님께 했던 일들이 떠 올라서 그 시린 마음 사이로 회개하는 시간을 또 다시 가질 수 있었다.

 

왠일인지, 내 마음은 더 차분해지고 여유까지 생겼다.   잠시후에 큰 아이가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 힘이 될 거라고 말한, 아빠의 말에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슬그머니 내 옆에 와서 앉는 그 아이가 귀여워서 빤히 쳐다 보았다.   아이는 어색했는지 언제 끝낼거냐고 내게 다시 물었다.   엄마가 기도하고 있었으니까 기다려 보자고했다.   아이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점퍼 주머니에 손을 꾹 찔러 넣고는 앞을 응시하고 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한 아주머니가 성큼성큼 다가 오시더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를 물었다.   부침개에 대해서 설명을 해 드렸다.   냄새가 정말 좋아서 왔다고 하며, 4개를 달라고 하셨다.   정말 반가웠다.   그러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보내 주실것을 믿고 기다리면서 나는 이미 부침개를 여러장 준비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준비된 호일과 기름종이를 이용해, 부침개을 랩 모양으로 돌돌 말아서 포장을 했다.   쉽게 접시를 쓸거라고 생각했던 아주머니는 의아해 하며 내게 물었다.   접시를 사용하면 금방 식어서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좋은 방법인것 같다고 하시면서 하나를 더 달라고 하셨다.   그때, 옆에 앉아만 있던 아이는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매콤한 간장 소스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내 마음이 든든해졌다.   주문을 많이하신 분이라서 작은것 하나를 서비스로 더해 드렸다.   매우 즐거워하며 돌아가는 아주머니의 뒷 모습을 보면서 나의 마음은 더 큰 기쁨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때, 내 마음속에 채워지는 귀한 말씀 하나가 있었다.   "없는것을 있는것으로 부르시는 하나님... ."   귀한 주님의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소소한 일인것 같은데도 지나치지 않으시고, 함께 하시려는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을 더 많이 하나님께 드리지 못했던 시간들이 죄송스러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주문은 계속 이어졌고, 어느새 준비해 놓은 한 통이 다 팔렸다.   시간적으로 더 해도 될것 같았다.   그대신 사람을 한 명씩 보내 주시면 덜 힘들것 같다고 하나님께 말씀 드렸다.   그것까지 하나님은 바로 들어 주셨다.   주문이 밀리지 않고 두번째 통도 세번째도 순조롭게 팔아가고 있었다.   큰 아이는 어느새 적극적으로 날 도와주고 있었다.   나를 격려하듯이 중간 계산까지 말해주면서 아이는 조금 놀라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아이는 잠시 들어가서, 슬립오버로 늦게 일어난 막내와 친구들에게 바빠진 이 엄마 대신 브런치까지 만들어 주고 나오기도 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쉽고 안타까움이 유독 많았던 큰 아이가, 언제 그렇게 커서 이젠 내 키를 훌쩍 넘어, 힘든 내 어깨를 토닥 거려주고 있었다.

 

이제 오후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준비한 재료도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재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아이들과 의논했다.   큰아이와 막내는 내 뜻을 물었다.   나는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도 좋다고 했다.   막내는 기꺼이 자기가 전해주고 오겠다고 했다.   큰 아이는 정리하는 것을 도와 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 음식세일은 마무리 되어졌다.   주님이 함께 해 주셨던 그시간, 괜찮다고 하시며, 하나 하나를 인도해 가셨던 그 손길을 느끼며, 웃음이 가득해진 내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 환희를 누가 알 수 있을까.   소리없이 채워지는 그 기쁨을 말이다.

 

테이블과 도구들을 정리하면서 하루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 올랐다.   기도의 응답처럼 우리앞에 성큼성큼 다가왔던 아주머니, 조금 타 버린 부침개를 한쪽으로 치우려 할때, 괜찮다고 포장해 달라던 아저씨.   탄것은 돈 받고 팔 수가 없으니, 원하시면 그냥 가져 가시고, 새것으로 해 드리겠다고 하니, 내게 무슨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던 아저씨다.   그리고, 시식후에 맛있다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 팔아줬던 어린 꼬마부터 늘 건조하게 날 대했던 옆집 아주머니까지, 모두 생각이 났다.

 

특별히, 옆집 아주머니와 가졌던 시간은 정말 감사했다.   사람들이 내게 뭔가를 사고 있는것을 보고 아주머니는 궁금해 졌는지 가만히 내게 다가와서는 만들고 있는게 무엇인지 물었다.   언제부터인지 인사를 해도 늘 반응이 없다가 있다가 했던 그런 아주머니였기에 좀 어려웠었다.   그런 아주머니가 먼저 다가와 주니 조금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음식에 대해 설명을 듣고, 부침개를 사려고했다.   나는 사양하고 그냥 선물로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했다.   아주머니는 크게 웃으면서 기분 좋게 부침개를 들고는 어디론가 가버리셨다.   잠시후, 아주머니는 고마운 마음을 대신해서 당신의 친구들에게까지 알렸다고 하면서 주문을 받아가지고 오신 것이었다.   참으로 작은것을 나눴을뿐인데... .    정말 내게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아이들과 멋진 시간을 가진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이 말했다.   내가 기뻐하면 기쁘고, 아파하면 아프다고 말이다.   부모의 역활과 부모가 되어 주는것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그런 시간이 되어 주었다.   주님도 우릴 바라보면서 그러시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그저 내 마음을 조금 보태고 싶었을뿐인데, 이렇게 여러가지 일들로 기쁨을 주실 줄이야... .   그렇게 모아진 금액은 200불 정도가 되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값진 보물들을 찾은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누군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활짝 웃어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옆집 아주머니였다.   나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침 햇살이 더욱 눈 부시게 빛나는것 같았다.

순간, 가라지 세일때 막내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년 가라지 세일때는 치킨도 하라고 하는말에, 옆집 아주머니가 날 응원하겠다고 하며 맞장구를 쳤던일까지 말이다.   어쩌나... .^^;   벌써부터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손길이 되어서 행복했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와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겨서 든든하니 행복했다.   그리고 이웃들과 그동안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귀한 시간을 보내게 되서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시간을 주님이 허락하시고, 일하는 내내 인도하시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어서 행복했다.   때로는 내 생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주님의 일과 어렵고 힘든일로 지쳐 있을때에라도 주님이 주시는 은혜로 다시 서게 하시고, 오늘도 그 은혜로 살아가게 하시니 감사해서 행복하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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